내 것, 남의 것, 우리 것
내 것, 남의 것, 우리 것
  • 학생신문
  • 승인 2019.12.23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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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 있는 연구·교육 기관의 책임자로 근무할 때의 일입니다.

새로 지은 연수원은 부지가 넓고 평평하며 사무 공간이 있는 건물이나 연수생을 위한 기숙사가 넉넉하게 넓게 퍼져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생각해 낸 것이 자전거였습니다. 직원들이 업무를 위해 건물 사이를 오고 갈 때 그리고 연수생들이나 직원들이 여가에 운동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공용자전거'를 구입하기로 하였습니다. 예산상 문제도 없고 명분도 충분하며 비용도 많이 소요되지 않고 직원들이나 연수생들의 의견도 대찬성이어서 연수원 구내에서만 운행할 수 있도록 저렴한 자전거를 50여대 구입하였습니다. 직원들과 연수생을 합하면 약 500여 명 정도 되니까 업무와 여가 활용 목적으로만 활용한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자전거에는 '공용'이란 표시를 크게 해 놓고 일련번호도 적어 놓았습니다.

업무용 건물과 기숙사 현관 앞에는 이미 자전거 거치대가 설치되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누구나 쉽게 자전거를 이용한 후 거치대에 놓게 되면 다음 사람이 이용할 수 있게 되어 있었습니다. 자전거가 고장이 나거나 타이어에 공기가 빠질 경우 모아 놓을 수 있는 공간도 준비하고 자전거마다 안내문도 부착하였습니다.

그런데 자전거 구입 후 예상하지 못했던 현상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타이어에 공기가 빠지거나 고장 난 자전거는 아무데나 방치되어 있는 반면 튼튼한 자전거 몇 대에는 자물쇠가 채워져 있는 것이었습니다. 공용으로 자물쇠를 구입한 적이 없는 만큼 자물쇠는 직원이나 연수생이 개인적으로 구입한 것이 분명하였습니다. 공용자전거를 자기만이 독점적으로 이용하고자 자물쇠까지 구입했다는 사실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공용자전거에 개인 자물쇠를 채운 사람은 공용 자전거를 내 것, 남의 것, 우리 것 중 어느 쪽으로 생각하였을까요.

필시 그 자전거를 '내 것'이라고 생각했음이 분명합니다. 공공기관이나 회사에서도 구성원들이 공용의식이나 애사심을 가지느냐 여부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조직을 내 몸 같이' 또는 '회사를 내 몸같이' 생각하자는 류의 구호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조직이나 회사를 내 몸 같이 생각한다면 하다 못해 복도의 휴지도 먼저 줍게 될 것입니다.

반면 내 것은 내 것, 회사 것도 내 것 이라고 생각한다면 사무실에 비치된 볼펜 정도야 내 맘대로 집에 가져가 써도 무방하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차라리 회사 것은 회사 것, 내 것은 내 것이라는 생각만 분명히 가져도 중간은 갈 것입니다.

최근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엄청난 사태에 대해서도 우리는 이 일을 과연 누구의 일이라고 생각하고들 있는지 한 번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남의 일이라 생각한다면 수군대고, 낄낄거리며 마음대로 비난하고 조롱해도 될 것입니다. 그러나 나의 일, 우리 일이다 생각한다면 발을 동동 구르며 안타까워하며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해결책을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과연 나는 이 일을 내 일, 남의 일, 우리 일 중 어떤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가 하는 근본적인 물음을 한 번 던져봅니다.

 

<우리 것인 공용자전거에 채워있는 자물쇠>

 

 

 

임정혁 변호사                         

-법무법인 산우 대표변호사                                                   

 

                

-비영리단체 대한민국 역사 바로알기 연구원장

 

[경력]

-사법연수원 교수

-대검찰청 차장검사

-40대 법무연수원 원장

 

-황조홍조근정훈장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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