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를 보는 관점
죄를 보는 관점
  • 학생신문
  • 승인 2019.10.17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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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법익을 강조하면 감정적인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데는 효율적이겠지만, 사회적 법익의 측면에서 보면 일반인의 감정을 자극하는 데는 상대적으로 미약하더라도, 법률적으로는 훨씬 더 큰 책임을 묻게 된다.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는 한 분이 격양된 모습으로 변호사 사무실을 방문하였다. 사연인 즉, 외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외국 항공사가 운영하는 비행기를 타면서 발생하였다.

외국 공항에서 환승을 위해 장시간 대기하면서 공항 라운지에서 약간의 술을 마셨고, 그 후 외국 항공기를 탑승하고 좌석에 앉아 외국 승무원의 안내를 받던 중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던지 약간의 실랑이가 있었다고 한다.

실랑이 끝에 외국 승무원은 술에 취하여 폭언을 하였다는 이유로 이 승객의 탑승을 거부하고 즉시 항공기에서 내릴 것을 명령하였다.

이 승객은 강제로 비행기에서 내리게 되었고 승객의 짐도 내려졌으며, 그 과정에서 항공기의 출발은 1시간가량 지연되었다고 한다. 영문을 모르는 승객들은 비행기에서 기다려야만 했다.

강제로 탑승을 거부당한 이 승객은 격분하여 항공기 승무원을 형사고발과 동시에, 승무원과 항공사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해야겠다고 주장하였다. (그 의뢰인은 상세한 상담 후에 법적 대응을 철회하였다.)

 

이 사건을 상담하면서 몇 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소위 땅콩 회항 사건이 떠올랐다. 땅콩 회항 사건은 항공사의 임원이 자사 항공기를 탑승하였는데 승무원의 기내 서비스가 불만족스럽다는 이유로 메뉴판으로 승무원의 머리를 때리고, 해당 승무원을 비행기에서 내리게 한 다음 다른 승무원으로 교체한 사안이다.

 

이 사건들을 보면서 개인적 법익에 대한 죄와 사회적 법익에 대한 죄라는 형법상 범죄 분류 원칙을 생각해 보았다. 위 사건들을 개인적 법익에 대하는 죄라고 보면 범죄의 피해자는 해당 승무원 1명이고 죄명은 형법상 모욕, 폭행 등에 해당된다.

이 경우 처벌 수위는 벌금형이나 그에 준할 정도로 경미하다. 다른 한편 위 범죄들은 사회적 법익에 대한 죄라고도 볼 수도 있다.

사회적 법익에 대한 죄라고 보면 범죄의 피해는 항공기의 안전 운항과 일반 승객의 편익이라는 사회적 법익이며 범죄 피해자 수는 승객과 승무원 포함하여 약 300여명이 넘는다.

이 경우 처벌 수위는 간단하지 않다. 항공기 승무원은 기내 서비스 직원인 동시에 항공기 운항 책임자이다.

항공기의 승무원은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행할 자와 그 직무 범위에 관한 법률(7조제2)’에 따라 항공기 내에서는 경찰 업무를 수행하는 특별사법경찰로서 수사관이다.

따라서, 항공기 승무원은 항공기 내에서의 형사상 불법 행위자에 대하여는 체포 등을 할 수 있는 수사권도 있다. (실제로 항공기 내에는 범인 체포를 위한 수갑 등이 있다.)

그러므로 승무원의 지시를 거부하거나 승무원에게 폭행, 협박하는 경우는 항공기 운항 방해 행위에까지 이를 수 있다. 항공기 운항을 방해하는 행위는 형법이나 항공보안법에 따라 중하게 처벌받을 수 있는 중범죄에 해당한다.

항공기 승무원에 대한 폭행을 개인적 법익에 대한 죄로 보면 단순 벌금형에 해당할 정도로 가벼운 것이지만, 사회적 법익에 대한 죄로 보면 중범죄에 해당한다. 그러나 일반 국민의 법 감정에서 보면 사회적 법익에 대한 죄의 측면 보다는 개인적 법익에 대한 죄의 측면이 훨씬 더 크게 부각되는 것이 사실이다.

땅콩 회항 사건에서도 항공기의 안전 운항이나 일반 승객의 불편보다는 해당 임원의 승무원에 대한 소위 갑질논란이 훨씬 더 크게 부각되고 일반 국민의 감정을 자극하여 공분을 크게 불러 일으켰었다.

 

현재 수사 중인 고위 공직자 가족 사건에서도 사모펀드의 편법 모집 및 운영, 입학 첨부 서류의 허위 여부에 대하여도 살펴보면, 개인적 법익에 대한 죄의 관점에서 그 피해자는 사모펀드에 투자하였거나 운영으로 피해를 본 개인들 또는 해당 입학 전형에서 탈락한 수험생에 한정된다.

이 경우 피해자는 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 법익에 대한 죄의 관점에서 보면 입학시험제도 또는 자산운용제도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저해한 범죄로서 중범죄에 해당한다. 일반 여론은 이 경우에도 사회적 법익에 대한 죄보다는, 특권과 지위를 이용한 개인적 법익 침해라는 측면에 더 중점을 두고 감정이 격앙되어 분개하는 경향이 강한 것이 사실이다.

 

어떤 범죄를 두고 개인적 법익의 측면에서 볼 것인가, 아니면 사회적 법익의 측면에서 볼 것인가를 차분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개인적 법익을 강조하면 감정적인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데는 효율적이겠지만, 사회적 법익의 측면에서 보면 일반인의 감정을 자극하는 데는 상대적으로 미약하더라도, 법률적으로는 훨씬 더 큰 책임을 묻게 된다.

비근한 예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예컨대 천원 권 지폐 한 장의 위조가 개인적 법익 측면만 본다면 피해자는 위조화폐 1장을 수령한 개인으로서 피해액이 1,000원에 불과하지만, 사회적 법익의 측면에서 보면 그 피해액이 단지 천원이 아니라 수백, 수천억 원이며, 피해자는 화폐를 통용하는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로서 한 국가의 화폐 유통 질서를 어지럽히는 중대한 범죄가 된다.

 

 

임정혁 변호사                                                  

-법무법인 산우 대표변호사

-비영리단체 대한민국 역사 바로알기 연구원장

 

[경력]

-사법연수원 교수

-대검찰청 차장검사

-40대 법무연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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