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으로 보는 ‘여성으로서의 삶’
「82년생 김지영」으로 보는 ‘여성으로서의 삶’
  • 강원외고 최보영 학생기자
  • 승인 2019.10.17 1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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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성을 따르는 것,

출산과 동시에 사직서를 내도록 강요받는 일,

입사 동기이지만 확연히 차이나는 급여,

명절 때 집안일을 하는 여자들과 화투를 치며 친척들과 친목을 쌓는 남성들.

 

자연스럽게 느껴지십니까?

 

여자가 열 달 동안 품은 아이의 성을 망설임 없이 아버지의 성을 따르게 하는 전통,

출산을 장려하는 사회와 출산 후 복직을 보장하지 않는 회사 간의 모순,

한날한시에 입사했으나 더 높은 월급이 지급되는 남성들,

명절 때마다 전을 부치고, 상을 차리는 등

허리가 굽도록 일을 하지만 제사상 앞에 서보지도 못하는 여성들과

연휴동안 한 일이라곤 노닥거리며 음식만 얻어먹다가

그제야 대단한 사람이라도 되는 듯 조상에게 절을 올리는 남성들.

…이라고 말한다면 누군가는 나를 ‘남성 혐오자’라며 비난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전혀 그들을 비판할 의도도, 혐오할 의도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없는 일을 말한 것도 아니다. 위 사례들은 실제로 지금까지 현대 사회에서 만연한 사실이며 그저 여성이란 이유로 차별받는 일도 드물지 않다. 모두 ‘사실’이고, 이게 ‘현실’이다. 여자는 성차별을 당하면서도 참고 수용하기를 강요받아 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여성의 인권을 남성과 동등한 위치로 회복하려는 움직임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오히려 그들을 더욱 비난하고 조롱한다.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책은 조선 시대부터 이어져 온 ‘뒤떨어진’ 현실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1982년도에 태어나 김지영이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흔하디흔한 여성의 안타까운 이야기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 김지영은 갑자기 빙의한 듯 시어머니, 친정 엄마 등 갑자기 빙의한 듯 주변 여자들의 행동을 따라 한다. 남편은 그녀에게 상담을 추천했고, 이 책은 그녀가 정신과 의사에게 털어놓는 그녀의 생애 전반을 들려주고 있다. 그녀는 어릴 적부터 남아선호사상이 만연해 있던 사회에서 알게 모르게 피해를 당하였고 그것이 일상이었다. 너무 자연스러운 현상이었기에 부당하다는 생각조차 해본 일이 없다. 그저 어린 나이였기에 모두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자라는 남동생이 부러웠을 뿐이다. 불공평하고 부정의 한 사회 속 그녀는 꽤 ‘잘’ 자랐다. 곧고 바르게. 올바른 생각을 가지고.

 

  하지만 자신이 실제로 ‘엄마’가 되었을 때, 그녀는 무너진다. 아이를 데리고 산책하러 나간 김지영 씨는 근처 카페에서 150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사 들고 공원 벤치에 앉는다. 온종일 몸이 부서지도록 아이를 돌보는 그녀는 여유로움을 느낄 때도 육아의 굴레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그런 그녀에게 들려오는 단어는 맘충이다. 옆을 보니 카페 주변 회사 사람들이 점심시간에 나와 공원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그들은 김지영 씨와 같은 카페에서 커피를 사 마시고 있었으며, 그럼 당연하게도 그 커피가 겨우 1500원밖에 하지 않는다는 걸 알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김지영 씨를 ‘남편이 벌어다 준 돈을 막 쓰는 여자’라는 의미를 내포한 단어를 사용했다.

 

  그렇다면 아이를 안고 커피를 들고 있는 사람이 남자라면 어떨까? 그도 ‘아내가 벌어다 준 돈을 막 쓴다’고 생각했을까? 이건 성차별이기도 하지만 오지랖이기도 하다. 그 사람이 여자든 남자든, 아이를 데리고 1500원짜리 커피를 마시든 요리 하나 가격이 커피의 10배도 넘는 레스토랑에 가든, 그게 왜 남이 벌어다 준 돈을 낭비하는 행동이 되는 것인가? 김지영 씨가 실제로 그렇다 하더라도 온전히 한 가정 내의 문제이지, 남들이 이렇다 저렇다 할 것이 못 된다.

그들은 ‘남편이 뼈 빠지게 일해서 받은 가정 공공의 돈을 자신의 사익을 위해 사용하는 여성들’을 비난하려 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자신들은 코피 터지도록 업무를 보고, 야근을 해도 1500원짜리 커피로 만족해야 하는데 같은 커피를 마시면서도 업무 스트레스나 미래에 대한 고민 없이 쉬는 듯 보이는 그 여자를 보며 열등감을 느꼈을 것이다. 정확히는 자신들의 처지에 대한 한탄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남을 욕함으로써 자신이 더 낫다는 위안을 받고 싶었을 수도 있다. 어찌 되었건, 남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욕하는 건 정당화되지 않는다.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나는 남성 혐오자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 사회는 여성 혐오가 뿌리 깊게 박혀있다. 육아에 찌든 주부가 커피 한 잔 사 마셨다고 맘충이라는 단어를 함부로 입에 담는 사람이나,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회사 동료나, 모두 여성 혐오라고밖에는 표현할 수 없다. 여성 혐오를 타파하기 위해선 자유롭게 엄마의 성을 따르고, 임신 및 출산 과정에서 복직을 확실히 보장받고, 성별이 아닌 업무 능력에 따라 급여를 받으며, 명절날에는 남녀 모두가 평등하게 일을 분배하는 사회가 절실히 필요하다. 나는 내가 바라는 이상 사회, 정정당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요구할 수 있는, 우리는 평등하다고 주장할 수 있는 사회를 이룩할 때까지 쉴 새 없이 여성 권리를 위해 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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