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을 위한 추천도서]
[고등학생을 위한 추천도서]
  • 글=백택현(책따세 운영진)
  • 승인 2019.10.17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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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시대 어쩌구 하지만 아직도 국가는 개인의 운명을 결정하는 가장 힘센 권력이다. 그러니 이런 국가 권력으로부터 추방된 난민이란 존재는 얼마나 가련한 운명인가? 작년 예멘 사람들이 제주도에 상륙하면서 이 땅에도 난민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무릇 민주주의 국가라면 역경에 빠진 이웃을 돕는 자세가 대세를 이루어야 하는데 나타난 반응은 의외였다. 인터넷에는 난민 혐오의 글이 넘쳐났다. 어떤 사람들은 난민에게 문을 연 유럽의 나라들이 지금 어떤 지경을 겪고 있는 줄 아느냐고 큰 소리를 냈다. 2017년 1만여명의 난민 신청자 중 겨우 500여 명을 받아드린 나라치고는 지나친 피해의식의 발로였다….

  이제 민주화를 쟁취한 나라답게 이에 걸맞은 난민에 대한 너그러운 시선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우리는 난민들을 저마다의 개별적 사연을 가진 존재로 보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 사실 뉴스 화면에 비친 난민들의 텅 빈 눈동자 뒤에는 절실한 삶의 생명력이 숨어 있었다. 이 소설은 그 생명력의 끈을 움켜잡고 저마다의 길을 따라 영종도 ‘난민 보호 센터’에 빨려 들어온 이들의 애틋한 사연을 담고 있다. 그들은 한결같이 세계적 문제의 희생자들이다.

  오빠들로부터 ‘명예살인’을 당하고 모국을 등진 인도 여성 찬드라, 부족장의 딸이 백인과 결혼했다는 이유로 쫓기고 있는 아프리카 여성 웅가, 이 두 여성은 전통 인습의 희생자이다. 중국 공안과 독립운동 무장단체 양쪽에서 위협을 받다 가족을 이끌고 국경을 넘은 위그르 사람 오마르는 국가주의와 분리주의 대립의 희생자이다. 베트남전에 참전한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한국 국적을 찾기 위해 들어온 메콩강 어부 뚜앙도 제국주의 역사의 희생자이다. 슬픈 사연을 안고 모인 사람들이지만 이들이 꾸리는 삶은 마냥 어둡지는 않다. 무엇보다 이 소설에 난민들을 환대하는 한국인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난민 캠프를 교육 센터로 바꾸려고 노력하는 진 소장과 한국말 강사로 난민들의 멘토가 된 김 주임 등이 그들이다. 이들의 배려하에 이질적인 종교, 문화, 인종이 뒤섞인 곳에서 요리와 음악을 통해 다양한 난민 문화의 융합이 생성되는 모습은 이 소설의 크나큰 매력이다. 누구는 희망을 좇아가고 누구는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장면으로 끝이 나지만 소설의 여운은 맑게 남았다.

  이 소설을 덮고 나서 불현듯 이 땅 서쪽 끝 영종도에 자리 잡고 있다는 ‘난민 캠프’를 찾아가고 싶었다. 지금도 인천 국제공항 인근 그 황량한 벌판에는 미분양된 고층 아파트 단지들이 섬처럼 흩어져 있을 것이다. 탈출할 곳은 바닷가 갯펄 외에는 없는 곳. 그 외롭고 황량한 갈대 사이에서 ‘어느 날 난민’을 만났을 때 나는 미소라도 지어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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